9구역 생존형 인베이더 with 프로틴 공격성

부속병원 2층. 텅 빈 1인실은 비스듬한 북동향이라 오전에 햇볕이 집중적으로 들었다. 병원 정문 앞엔 광활할 정도로 넓은 훈련장이 자리했다. 어떤 식으로든 전투는 없던 적이 없다. 9구역이 엘리트 양성소라는 인식이 뚜렷하긴 하나 에스퍼는 어쨌든 전구역에 퍼져 있고, 패권을 쥐기 위한 전투는 이어진다. 사실상 9구역이 패권을 쥐었다는 인식이 팽배한들 언제고 ...

힘들어요. 힘들어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때려치우고 싶어. 도망가서 먼지처럼 사는 게 나을까 싶어. 정국은 밑밥부터 깔았다. 태형의 눈썹이 꿈틀대는 지점은 명확했다. '때려치우고', '도망가서'. 안 될 말이었다. 정국은 사실을 털어놓는다. 사실을 절반... 내지는 삼분의 일만 쪼개 털어놨지만 무튼 사실은 사실이다. 9구역에 살고 싶어서 무작정 건너와 불법체...

"언제?" 정국이 말을 더듬었다. "좀 됐어. 나도 직접 만난 건 오늘이 처음이지만." "심지어 직접 만났다고? 왜 미리 얘기를 안 해줬어요?" "지금 하잖아." 그렇다. 윤기는 얘기한다. 이러저러해서 S급 가이드가 9구역으로 이주해왔는데 며칠이 지나도록 코빼기도 비추지 않기에 명목상으로 다녀왔노라. 정호석 보냈다가 혹시 걔가 너무 열심히 일하게 되는 불상...

일당이 9구역으로 건너오기 전, 민윤기의 부임 직후는 아주 어지러웠다. 큰 원인은 S급 발현 예정 에스퍼 김태형. 곧 죽어도 가이딩을 거부하는 통에 애먼 윤기에게 과중한 업무가 주어진 것이다. 일반인을 치료하는 사람에게 에스퍼를 치료하라니. 아 물론 에스퍼도 인간이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체내 구조야 같다지만 현대의술로 굳이 에스퍼를 치료하는 것은 효율...

칠쩜오? 그런 게 존재할 리가. 가설이야 있지. 제정신 아닌 모 닥터가 낸 논문이야 있지. 어디까지나 모 닥터의 망상에 불과하지만 민윤기 선생은 거기서 또 영감을 얻어 시놉시스를 작성하사.... 종이 위로 악필을 휘갈기던 윤기가 고개를 든다. 회의실 열린 문 너머 응접실 소파에 시체마냥 누운 전정국. 간만에 커튼 걷고 쏟아지는 늦은 햇볕에 등짝을 광합성 중...

태형은 집요하게 굴진 않았다. 솔까말 전정국이 경찰에 쫓기든 개떼에 쫓기든 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궁금해진 건 얼마 뒤다. 벽에 붙은 뮤지컬 홍보 전단지 보고서 떠오른 거지. "죄는 안 지었다며." "네?" "근데 왜 경찰을 피하는 거." "......검사 언제 받아야 한댔죠?" 대놓고 말 돌리는 걸 알면서도 태형은 끌려간다. 그만큼 중요한 주제니...

김태형은 날 때부터 에스퍼였다. 세상에 나자마자, 젖병 물기도 전에 뽑아간 피 검사에서 이미 에스퍼 판정 땅땅 되신 몸이다. 국립과학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에스퍼, 가이드로 판정받는 시기의 98%가 십 대다. 학창시절 사춘기와 초능력 발현이 같이 온다는 말 되시겠다. 남은 2% 중 1%가 김태형처럼 신생아영유아기, 나머지 1%는 이십 대인데 사실상 후자는 무...

뷔국 가이드버스

좀 긴 얘기가 될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 좋아. 때는 19xx년. 9구역 내의 피카딜리 광장. 당시만 해도 9구역은 엄청난 부촌이었다. 1구역이나 19구역처럼 행정도시, 7구역처럼 교육도시나 28구역처럼 향락가가 있잖아. 그에 비하면 9구역은 알려진 정보가 많이 없었지. 입주州허가를 받기 위한 돈만 상상초월 액수였으니 이주민이 없잖아. 그런 터무니없는 물...